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 이대호(39)의 말이다. 이대호는 21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투수 유희관을 3⅔이닝 만에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이대호는 4타수 결승포 포함 3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10-9 승리와 시즌 첫 연승을 이끌었다.
결정적 장면은 4회에 나왔다. 0-2로 끌려가다 안치홍의 적시타로 1-2로 따라붙은 상황이었다. 이대호는 2사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직구 모두 왼쪽 담장까지 뻗어가는 파울로 만들며 바깥쪽 공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5구째 기다렸던 바깥쪽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3-2로 뒤집었다. 유희관은 김명신으로 교체됐다.
이대호는 "유희관은 워낙 제구력이 좋고 바깥쪽을 조금씩 가지고 노는 투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21일) 생각보다 몸쪽을 많이 던져서 파울이 많이 나왔는데, 유희관은 바깥쪽을 노려서 쳐야 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처음부터 바깥쪽으로 밀어친다는 생각만 했다. 초구부터 계속 몸쪽만 와서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는데, 유희관의 결정구는 바깥쪽 체인지업이니까. 그쪽만 생각한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희관이 고전할 때면 "몸쪽도 던져야 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시즌 초반 2경기에서 유희관이 부진할 때도 "(유)희관이는 똑같다. 타자들이 대처를 잘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실투를 타자들이 전혀 안 놓치고 있으니까. 제구를 신경 써도 타자들이 적응을 잘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문제를 짚었다.
유희관은 베테랑 타자 이대호에게 혼란을 줄 정도로 몸쪽 승부를 들어가면서 변화를 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위기에는 결정구 체인지업을 선택했고, 이대호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안치홍-손아섭-전준우-이대호-정훈으로 이어지는 롯데 상위 타선과 중심 타선은 유희관의 공에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유희관이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는 동안 그의 공을 충분히 봐온 타자들이다. 때문에 유희관은 3⅔이닝 동안 94구를 던지며 힘겹게 버텼다. 사실상 직구(48개)와 체인지업(32개) 투 피치였는데, 현재 팀 타율 0.285, 타점 87개로 리그 1위인 롯데 타선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유희관은 올 시즌 3경기에서 1패, 10⅓이닝, 평균자책점 10.45로 고전하고 있다. 9년 연속 10승 도전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 타자들이 알고 대응하는 상황에서 유희관도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 유희관은 이른 시일 안에 돌파구를 찾아 돌아올 수 있을까.